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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첫 한국 방문인데 거리 쓰레기통에도 캔, 종이, 플라스틱 등 종류별로 분류가 잘돼 있고, 사람들도 재활용에 매우 익숙한 것 같아 보여서 놀랍고 반가웠습니다."
모국인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나의첫번째주식교과서
곳곳과 아시아, 북미, 남미 등에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재활용과 재사용을 통한 폐기물 0으로 줄이기)' 운동을 전파해 온 풀뿌리 환경운동가 로사노 에르콜리니(70)는 7일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환경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골드만 환경상' 2013년 수상자이자, '제로 웨이스트 이탈리아'의 회장인국민주
그는 이달 5일부터 30일까지 환경재단의 주최로 개최되는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한국의 수준 높은 '분리수거 문화'를 인상 깊게 봤다면서도, "엊그제 서울에서 열린 한 환경 축제를 방문했는데, 환경 행사인데도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든 시민들이 꽤 많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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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스틱 오염' 재활용하면 끝? "재활용률 9% 불과, 생산 자체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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렙스인베스트먼트
"필수 아닌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어리석다"
사실 재활용 선진국이라곤 하지만,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은 2022년 기준 103.9㎏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0개국 평균(44.2㎏)의 두 배 이상ELW거래량
이다.
에르콜리니 회장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할 첫걸음은 '어리석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이든 이탈리아든 (테이크아웃이 흔한) 대도시의 생활 방식이 문제일 수도 있다"면서도 "모든 플라스틱 사용에 반대하지 않지만 전 세계 플라스틱 9%만 재활용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꼭 필요하지 않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은 어리석다"고 지적했다.
플라스틱 업계 관계자와 과학자, 환경 운동가 등 여러 이해관계자를 만나면서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심각성과 해결 방법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판타스틱'의 한 장면. 어지럽게 쌓여 있는 폐기물 더미 위에 개 두 마리가 앉아 있다.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폐기물 양은 매년 1,100만 톤이 넘는데, 1초마다 24톤짜리 대형 트럭에 담긴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는 셈이다. 이들 플라스틱은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동물과 인간의 몸에 쌓인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제공
고향 도시의 재활용률 86% 달성시킨 활동가
에르콜리니 회장은 이탈리아 토스카나주(州)의 인구 4만6,000여 명의 소도시인 '카판노리' 출신이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그는 1990년대 중반 지역 내에 건설 예정이던 소각장의 건강 유해성을 시민들에게 알려 설립을 막았다. 또 자신이 일하던 학교에서 종이 재활용을 장려하고, 급식소 내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을 모두 다회용품으로 대체하는 등 40년 넘게 폐기물 관리 운동을 해왔다.
소각장 건설 대신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분리수거 등 재활용·재사용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유럽은 '소각'이 주된 폐기물 처리법이었는데, 새로운 시스템 도입 1년 만에 10%대였던 카판노리 지역 폐기물 재활용률을 82%까지 끌어올렸다고 한다. 2007년 유럽 최초로 '제로 웨이스트'를 선언한 카판노리는 2021년 재활용률 86.5%를 달성했으며(유럽 평균은 약 48%), 1인당 잔여 폐기물 발생량도 59㎏으로 이탈리아 평균치보다 60% 적게 유지되고 있다. 그와 동료들의 오랜 노력 끝에 이곳은 2022년 이탈리아 최초로 '제로 웨이스트' 도시 인증을 받았다.
그린피스와 충남대 연구팀이 발표한 '2023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 중 일부. 2021년 분리배출된 플라스틱 생활계 폐기물 중 오직 16.4%만 다시 플라스틱 형태로 '물질 재활용'되며 상당수가 '단순 소각'(32.6%) 또는 '매립'(12.8%)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 플라스틱을 태워서 연료처럼 쓰는 경우(발전 등 에너지 회수)도 재활용에 포함시키지만, 이는 유럽 기준으로는 재활용이 아니다. 보고서 캡처
물론 한국도 분리수거율은 2023년 86.8%로 매우 높다. 그러나 분리수거 제도의 맹점은 시민들에게 '폐기물 배출과 수거만 하면 문제는 끝난다'는 잘못된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통계처럼 한국은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 자체가 많은 데다, 2023년 발표된 그린피스와 충남대 장용철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국내에서 배출된 플라스틱 생활 폐기물 중 16.4%만 다시 플라스틱 형태로 '물질 재활용'됐다. 나머지는 전부 소각 또는 매립인데, 소각 과정에서 결국 다시 온실가스나 오염물질이 배출된다.
고물 세탁기, 재활용보다 재사용이 50배 이득
에르콜리니 회장은 재활용, (유기성 폐기물) 퇴비화, 폐기물 자체 줄이기 등 '제로 웨이스트 실천 10단계'를 설명하면서 특히 '수리해서 다시 쓰기'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버려진 세탁기에서 구리, 알루미늄 등 유가 자원을 회수해도 값이 3, 4유로 정도에 불과하지만, 수리해서 다시 쓰면 150유로(약 23만 원) 값어치를 한다는 연구가 있다"며 "수리는 친환경적인 동시에 친경제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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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잘못된 선형적 생산·소비·폐기 방식을 버리고 순환경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수리해서 쓰면 자원 채취, 생산 공정에 따른 탄소 배출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8월 소비자 수리권(R2R)을 강화하는 법안을 마련해 소비자가 더 쉽고 저렴하게, 또 2년 보증기간과 무관하게 수리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고 있다.
에르콜리니 회장은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플라스틱 사용이 많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기업 등에 소비자들이 편지를 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도 많은 기업들에 '재활용이 쉽도록 제품 포장 디자인과 소재를 바꿔달라'고 편지를 보내고, 이탈리아 최대 커피 브랜드 '라바짜'와 협업해 재사용 포장재를 개발하기도 했다. 에르콜리니 회장은 "기업에는 (폐기물 문제를) 바꿀 힘이 있다"면서 "기업도 우리와 '같은 팀'이고 시민사회, 정치인, 기업이 모두 함께 폐기물 문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다 같이 패배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홍대 메가박스에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판타스틱'이 상영된 후 관객과의 대화(GV)에서 발언하는 로사노 에르콜리니 회장.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제공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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