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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로 불리던 ‘대치동 키즈’ 중학생의 머릿속엔 수많은 세계가 있었다. 끊임없이 캐릭터를 만들고 판타지 소설을 구상하느라 현실의 사람과는 제대로 관계를 맺지 못했다. 아이는 자신만의 세계를 “나를 괴롭히는 쓸모없는 것”이라며 외면했다. 정진(46·사진) 4611마인드랩 대표는 아이의 이야기를 1년간 들어주며 9개의 세계관을 함께 정리하면서 이렇게 격려했다. “너를 만난 건 정말 영광이야. 너는 엄청난 아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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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수용의 경험은 아이의 삶을 바꿔놓았다. 자신을 긍정하게 된 아이는 학교 문예반에 들어갔고, 국문학과에 진학해 작가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정 대표가 만든 온라인 공동체 ‘마음의집’은 이런 돌봄의 경험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기 위해 시작된 공간이다. 최근 서울 중구 정신분석센터 ‘판도’에서 만난 정 대표는 “한 사람이 건강하게 세워질 때 그가 속한 공동온라인 릴게임 손오공
체가 건강해지고, 결국 세상이 밝아진다고 믿는다”며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하나님 나라를 이뤄가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마음의집은 5년 전 정 대표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고립된 이들을 위해 만든 온라인 사랑방에서 시작됐다. 이곳에서는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조언하는 상담 방식이 아닌, 각자가 삶의 방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라이프 온라인 릴게임
코칭’ 기법을 활용한다. 정해진 주제에 따라 서로의 삶을 나누고, 6개월 동안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하는 방식이다. 이 여정은 단순한 자기 성찰을 넘어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며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적 돌봄으로 이어진다.
4명이 한 조를 이뤄 6개월간 매주 온라인으로 만나는 이 모임에는 현재까지 구제역관련주
600여명이 참여했다. 목회자와 자살 유가족, 파산한 CEO 등 쉽게 속내를 털어놓기 어려운 이들도 함께했다. 선교사 등 참여자들의 지역도 16개국으로 다양하다. 이 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섣부른 조언이나 평가, 비난하지 않는 것’이다. 정 대표는 “마음 돌봄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안아주듯 하는 것”이라며 “사람들은 판단 없는 안전한 공간 안에서 스KB오토시스 주식
스로 회복할 힘을 찾는다”고 말했다. 실제 한 참여자는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열정을 되찾을 힘을 얻었고, 용기를 얻어 목표를 세우고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마음의집 관련 소개 자료. 정 대표 제공
참가자들은 6개월간 자신의 삶을 사계절에 빗대어 깊이 들여다보는 여정을 떠난다. 먼저 인생 그래프를 그리며 유년 시절의 기억과 삶의 궤적을 돌아보는 ‘겨울’을 지나, 나에게 정말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삶의 균형은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하는 ‘봄’을 맞이한다. 앞으로 무엇을 이루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인생의 지도를 그려보는 ‘여름’을 거치고, 마지막 ‘가을’에는 그간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삶의 습관을 다지며 열매 맺을 준비를 한다.
정 대표의 유년 시절은 ‘내 마음속 아픔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질문으로 가득했다. 교사였던 부모의 잦은 다툼 속에서 평안을 찾지 못하던 그에게 손을 내민 곳은 친구를 따라간 교회였다. 그의 이야기를 판단 없이 들어주고 지지해준 교회학교 선생님을 통해 처음으로 ‘온전한 수용’을 경험했다.
이 경험은 자연스레 그를 장로회신학대로 이끌었다. 목회자를 꿈꾸며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일에 몰두했지만 그의 관심은 언제나 교회와 같은 조직 공동체보다 한 영혼을 향해 있었다. 그는 “일대일의 깊은 만남 속에서라야 비로소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신학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며 교회 사역을 하던 그는 3년간의 깊은 고민 끝에 그는 교회 밖에서 한 영혼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고 스스로의 길을 찾도록 돕는 일, ‘라이프 코칭’으로 방향을 틀었다.
생업으로 코칭을 이어가면서도 그는 도움이 절실하지만 스스로 찾아올 수 없는 이들을 늘 마음에 두고 있었다. 2015년 무렵 그는 익명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교회에 닿지 못하는 이들과 마주했다. 그곳엔 ‘죽고 싶다’는 10대들의 절규가 가득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고, 주로 모두가 잠든 새벽 2시에 상담 요청이 쏟아졌다.
몇 달간 벼랑 끝에 선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정 대표는 단 한 사람이 곁에서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깊은 확신을 하게 됐다. 동시에 그 많은 절규에 혼자 응답할 수 없다는 한계도 깨달았다. 더 많은 사람이 서로에게 ‘들어주는 존재’가 되어주는 구조가 필요했다. 마음의집은 그 고민에서 비롯된 공동체적 해답이었다.
마음의집은 사회 곳곳의 아픔을 지닌 이들을 위한 자원봉사자들의 무료 돌봄으로 확장되며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공동체가 커지면서 정 대표에게는 새로운 과제도 주어지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모이면 규칙이 필요하고,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현실을 배워가는 시간”이라고 털어놨다. 개인의 헌신만으로는 공동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는 현재 이 모임을 법인화하고 후원 구조를 만드는 등 더 많은 이들을 품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그는 “양육의 목적은 독립”이라며 “‘마음의 집’을 경험한 사람들이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또 다른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도록 돕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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