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돌을 맞은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 참석한 프랑스 목관악기 연주자들. 왼쪽부터 로맹 기요(클라리넷), 올리비에 두아즈(오보에), 마티외 고시앙슬랭(플루트), 에르베 줄랭(호른).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제공


‘프렌치 관악 드림팀’이 한자리에 모였다. 로맹 기요(클라리넷), 올리비에 두아즈(오보에), 마티외 고시앙슬랭(플루트), 에르베 줄랭(호른). 프랑스 태생의 세계적인 목관악기 연주자들이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와 인연이 깊다는 점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오라카이 호텔에서 만난 네 사람은 올해 20돌을 맞은 이 축제에 애정을 듬뿍 표현했다. 지난 22일 개막한 축제는 다음달 4일까지 이어진다.
“매년 연주 일정을보조지표
짤 때 이 축제 기간은 비워둬요. 내 연주 인생에서 이 축제가 항상 우선순위거든요.” 파리 국립오케스트라 클라리넷 수석으로 오래 활동한 로맹 기요는 2006년 제1회부터 이 축제에 참여했다. 올해가 벌써 12번째인데, 국외 연주자 가운데 가장 자주 출연했다. 아내가 한국인인 그는 2015년부터 3년 동안 서울대 겸임교수로도 활동했고, 피아니스트 문지영과 오션파라다이스 게임
올해 음반도 발매한다. “익숙한 음악과 새로운 음악을 적절히 섞어 기획한다는 점이 좋아요. 다른 실내악 축제와 달리 관악 연주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점도 장점이죠.” 그는 “셋째 딸이 골프 선수인데, 한국인 피가 섞여서인지 골프를 잘 친다”며 웃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가 걸어온 20년은 그 자체로 한국 실내악의 역사다. 2006년 바릴게임손오공
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이 ‘음악을 통한 우정’을 내걸고 첫걸음을 내디딜 때만 해도 실내악은 불모지에 가까웠다. 세계적인 현악4중주단이 내한해도 객석이 휑하기 일쑤였다. 그사이 노부스콰르텟을 비롯해 에스메콰르텟, 아벨콰르텟, 아레테콰르텟 등이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실내악의 발판을 다졌다. 이 축제가 20년 동안 마련한 공연은 289회, 후원자 대상 공toptv
연을 포함하면 매년 15회 안팎이다.



20돌을 맞은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 참여한 국내외 연주자들이 서울 종로구 윤보선고택에서 포즈를 취했다. ⓒTaeuk Kang


“유럽의 여러 축제에 참여해봤지만 한국 관객이 단연 증권강의
최고예요.” 라디오프랑스 오케스트라 오보에 수석 출신인 올리비에 두아즈는 “무대에서 관객이 연주자에게 힘을 주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고 했다. 그는 올해가 9년째다. 2105년 축제 이후 코로나 시기(2021~22년)를 제외하고 빠짐없이 참석했다. 로맹 기요도 “유럽보다 한국 관객층이 훨씬 다양하다”며 “강동석 예술감독이 실내악 관객을 많이 끌어들인 점을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주 오는 연주자들과 새로운 연주자들이 함께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즐거워요.” 20살에 라디오프랑스 호른 수석을 맡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에르베 줄랭은 연주자들의 다양성을 평가했다. 25장의 호른 독주 음반을 낼 정도로 명성을 쌓은 그는 2014년 이후 올해가 아홉번째다. 그는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하는데, 길게는 두달 동안 머무르기도 했다”며 “한국이 제2의 고향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이 축제는 해마다 새로운 연주자 발굴에도 공을 들였다. 첫 회에 참석한 김선욱을 비롯해 손열음과 조성진, 선우예권 등 스타로 성장한 피아니스트들이 이 축제를 거쳤다.
플루트 연주자 마티외 고시앙슬랭은 2주 전 대타로 긴급히 투입된 연주자여서 이번이 첫 축제 참여다. 6일 동안 8곡이나 연주하는 어려운 일정이다. 베를린 필하모닉 객원 수석 연주자로 자주 활동하는 그는 “처음이지만 아는 연주자들이 많다”며 “가족적인 분위기가 맘에 든다”고 말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서울 예술의전당 아이비케이(IBK)챔버홀을 비롯해 세종문화회관 등 실내 공연장은 물론, 윤보선고택과 명동성당, 덕수궁, 서울시립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지에서도 공연했다. 로맹 기요는 “실내악은 섬세하면서도 개인적이며, 내면의 감정을 다루는 음악이라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게 쉽지 않다”며 “2주 동안 축제를 이어가면서 다양한 곡을 연주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들 4명과 바순 연주자 로랑 르페브르는 다음달 4일 예술의전당 아이비케이챔버홀 폐막 공연에서 목관5중주로 편곡한 비제 ‘카르멘 모음곡’을 연주한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